내 생에 아다지오 논 몰토의 선율이 조용히 흐를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할 것인가 말러Mahler 교향곡 9번의 제 4악장에는 ‘아주 느리게 그리고 조심스럽게sehr langsam und noch zuruckhaltend’라고 적혀 있다. 열정적이고 냉소적이며 악마적인 광기와 신랄함으로 가득 찼던 악장들이 4악장에 와서는 극히 조용하고 느리며 생에 대한 진중함으로 충만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. 삶에서 만난 분노와 증오, 좌절과 절망과 강퍅한 고통의 거센 격랑을 지나, 물결 잔잔한 평온의 세계로 들어서는 듯한 고요함, 참으로 아름다운 선율들을 만나게 된다. 나는 생을 참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아왔다고 감히 말한다. 잠을 줄이고, 독서와 글쓰기에 전념했고, 사람들을 참 많이 사랑했다. 거기에는 때로 증오와 분노, 배신과 절망들이 빼곡히 배어있기도 했지만 나는 그것마저 삶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인식했다. 이제 마침내 새로운 삶의 장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. 열정적으로 살아왔다고 말하지만 실은 실수투성이 인생이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다. 돌이켜 보면 그래서 마음이 쓰리고 쓸쓸함을 어쩔 수 없다. 또한 내 생을 줄기차게 따라다녔던 것은 ‘외로움’이라거나 ‘그리움’이라는 정서였다. 그래서 한시도 마음의 평정이 온전하게 들어서지 못했고, 내 영혼이란 언제나 초췌하고 피곤했던 것 같다. 이제는 좀 평온을 누리고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아다지오의 인생을 살아야 할 것이다. 느리고 천천히, 그러나 처지거나 절망하지 않는 고요함이 내 생을 채워주기를 기도하고 싶다. 여기까지 무사히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것에 깊이 감사하며, 이만큼이라도 나를 채워주신 신에게 경배하고 싶다. 내 생에 아다지오 논 몰토의 선율이 조용히 흐를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할 것인가. -서문 중에서